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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게만 생각했던 죽음은 내 곁에 있었다

기사승인 2019.12.04  19:5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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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회뿐이었지만 내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 유서, 입관체험

"9살이라도 죽고 10살이래도 죽어. 그게 죽음이야" 2016년에 방영된 드라마 도깨비의 저승사자 대사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모두가 잘 알고 이는 사실이지만 깊게 생각해 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특히 100세 시대를 살아갈 대학생들은 더욱 그럴 것이다. `힘들어 죽겠다'나 `죽기 전에 가야 할 여행'처럼 사람들은 죽음을 쉽게 말한다. 대학생도 죽기 전에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언급하면서도 실행하지 않는 건 마찬가지다.
대부분 자신과 상관없거나 먼 이야기로 생각하는데 막상 주변 사람의 죽음이나 자신의 죽음이 눈앞에 다가온다면 어떤 생각을 가질까. 나의 죽음을 체험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 부산웰다잉문화연구소를 찾았다. 이 연구소는 생명의 존엄함과 삶의 가치를 깨닫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 및 홍보와 연구를 하는 비영리 단체다. 체험은 죽음에 대한 강의로 시작해 유서 쓰기, 묘비명 쓰기, 입관하기 순으로 진행되었다.
연구소에 들어오니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길쭉한 나무 관이었다. 사람 한 명이 들어가면 딱 맞을 것 같은 크기의 관을 보니 섬뜩했다. 자리에 앉자 "오늘 죽는다면 어떨 것 같아요?"라는 질문으로 강의가 시작됐다. 만약 내가 죽는다면 주어진 시간이 그것뿐이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나의 죽음이 어떨지 상상해 본 적 없을뿐더러 지금 상황도 단순한 가정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죽음을 수용할 것 같다는 나와 달리 대부분 살아왔던 인생을 후회하는 사람이 많다. 이렇게 살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뉘우친다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지금부터 그렇게 살아가면 된다.
가족들에게 남겨질 유서를 쓰기 시작했다. 왠지 물려줄 재산이나 후계자를 적어야 할 것 같다는 웃긴 생각이 들었지만 쉽게 펜을 들지는 못했다. 무엇을 적어야 할지 고민하다 남겨질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간략하게 적었다. 미안했던 일과 남은 짐들은 버려달라는 말, 당부까지 쓰다 보니 나도 정말 후회되는 일뿐이었다. `평소에 잘할 걸'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돌아가면서 각자 쓴 유서를 읽기 시작했는데 참고 있던 눈물이 터졌다. 왜 이렇게 눈물이 멈추지 않는지 쉽게 진정할 수 없었다. 체험을 시작할 때의 가벼운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덜컥 겁이 났다. 죽음은 나와 관련 없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확 깨어지는 순간이었다.
다른 모든 일들과 마찬가지로 죽음에도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묘비명과 묘지명, 죽은 이를 애도하는 만시 등 과거 양반들도 자신의 죽음에 스스로 준비했다. 점토로 비석을 만들면서 어떤 묘비명을 적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나를 한마디로 표현하는 건 어려웠다. 내 죽음이 다른 사람들에게 무겁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행복했음'이라는 간략한 말을 적었다. 즐겁고 행복했던 인생을 표현하기도 하면서 가볍게 다가오는 말인 것 같았다.
드디어 관에 누울 차례가 되었다. 실제 장례식에 쓰이는 것과 같은 관이었다. 신발을 벗고 누웠는데 몸에 딱 맞아 움직일 없는 갑갑함이 느껴졌고 손이 저절로 가슴 위로 모아졌다. 눈앞에서 뚜껑이 닫힐 때는 세상과 단절된 것 같았다. 실제로 들어가 보니 무서울 거라는 예상과 달리 편안했지만 어딘가로 떠나가야 할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이상하게도 홀가분했다. 두려워하지 않으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듯이 죽음 역시 그런 것인가 보다.
오영진 강사(부산웰다잉문화연구소장·61)는 "자신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대부분 생각하지만 죽음은 늘 우리 곁에 있죠. 후회할 일을 줄이고 좋은 삶에 대해 생각하며 사는 것이 필요해요"라고 말했다.
담담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체험은 울음 투성이였다. 막연하게 생각하던 죽음을 인식하고 나니 후회가 남지 않는 인생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 내가 죽고 나서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까. 성실한 사람도 좋고 자기 할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남아도 좋다.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 할지 고민이다. 죽음은 많은 걸 가르쳐 준다. 삶을 살아가는 지혜와 인생의 목표,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까지. 더 이상 나에게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삶을 더욱 즐겁고 활기차게 살아가게 하는 존재가 되었다.
                                                                                                        김라현 기자

김라현 기자 sbdf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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